추상 관념과 추상적 존재

추상 관념과 추상적 존재

스피노자의 추상 관념에 대한 논의에서 “추상 관념”과 “추상적 존재”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자. 스피노자는 기하학적 도형들(원, 구 등)이 이성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들이지만, 이들을 단순히 추상 관념으로 환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 존재들을 통해 공통개념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된다.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대부분의 추상적 존재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의 발생적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성적 존재들은 참된 원인에 대한 무지를 함축한다”(47). 그러나 우리는 특정한 기하학적 존재에 대해 그것이 우리에게 적합한 것으로서 정의를 내리고 원인을 부여할 수가 있다. “실제로 우리는 한 도형에 특수한 정의(예로, 중앙의 한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하는 점들의 자취로서의 원)를 발생적 정의로(한 쪽은 고정되고 다른 한 쪽은 움직이는 모든 직선에 의해 그려지는 도형으로서의 원 . . . 혹은 반원의 회전으로서 그려지는 도형으로서의 구 . . .) 대체할 수 있다”(47). 이같은 원인의 규정은 특정 형식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추상적 존재에 대해, 초월적 법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상으로서의 기하학적 존재를 파악하는 우리 자신의 다양한 양태들의 집합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주어진 절차에 의해 하나의 도형을 판별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앞에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특정한 존재(대상)를 우리 자신에 적합한 방식에 따라 이해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우리 자신의 이해 가능한 능력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물론 기하학적 존재들은 여전히 허구적이다. 육체로 경험하고 지각하는 자연 안의 어떠한 사물들도 기하학적 존재들처럼 구성되지 않으며, 또 우리가 그것들에 부여하는 여러가지 원인들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점과 선과 원은 자연물의 운동과는 무관한 추상적 존재들이며, 사유의 결과로서의 개념적 양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이들을 추상관념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에 따르면 추상관념은 어떠한 존재와 관계를 맺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사유양태와 관계를 맺을 것인가, 즉 사유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Deleuze, Gilles. Spinoza: Practical Philosophy. trans. Robert Hurley. San Francisco, City Lights Books, 1988.
Spinoza, Benedict de. A Spinoza Reader. ed trans. Edwin Curley. New Jersey, Princeton UP,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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