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affectio)과 정동(affectus)

정감(affectio)과 정동(aff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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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affects, affectus)은 몸체 안에 내재하는 시간의 비의식적 흔적이다. 흔적일 뿐만 아니라 몸체의 변화에 따라 표면으로 피어오르고 사라지는 효과이자 자취이다. 이에 반해 affectio, affection은 몸체 내부의 이러한 정동에 대한 감각, 양상,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베르그송이 “정동적 감각”(affective sensations)이라고 불렀던 점을 참고하여, 이를 ‘정감’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정동의 변화 양상이나 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정양'(樣), ‘정경'(情景), 또는 ‘정태'(態)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정동이론을 자기식으로 해석하면서 이 둘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기호(sign)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효과(effect)를 의미한다. 효과는 우선 하나의 육체가 다른 육체에 가하는 자취이며, 한 육체가 다른 육체의 작용(행위)을 겪는 동안의 어떤 상태이다. 그것은 정감(affectio)이다–예컨대, 태양이 우리 몸에 가하는 효과처럼, 그것은 촉발된 육체의 본성을 “나타내고”(indicate), 촉발을 가하는 육체의 본성을 “함축한다”(envelop).[예를들어, 태양 빛을 쬐어 살갖이 붉어졌을 경우, 태양 빛은 살갖의 어떤 본성을 나타낸 것이고, 살갖은 태양 빛의 본성을 함축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관념들, 감각들이나 지각들, 열기와 색에 대한 감각들, 형태와 거리에 대한 지각들을 통해 우리의 정감에 대한 지식을 갖는다(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다, 그것은 황금 원판이다, 그것은 200피트 상공에 있다. . . ). 정감은 흐르는 시간의 한 순간에 있는 우리의 상태를 표현하고, 다른 유형의 기호와 구별되므로, 편의상 정감을 “스칼라”(scalar) 기호라고 부르자. 그 이유는 우리의 현재 상태는 항상 우리의 지속의 한 조각이며, 이전의 상태가 아무리 가까이에 있다고 해도, 그 이전의 상태와 관련하여, 지속 안에서 우리의 존재의 증가나 감소, 확장과 제한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상태를 서로 반영해서 이 둘을 비교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각각의 정감의 상태가 “더” 혹은 “덜”로의 이행을 결정한다: 태양의 열기가 나를 채운다, 또는 반대로, 그로 인해 생기는 화상이 나를 불쾌하게 한다. 따라서 정감은 어떤 육체가 내 육체에 가하는 순간적인 효과일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의 지속에 미치는 효과이기도 하다–쾌감이나 고통, 기쁨이나 슬픔. 이러한 것들이 바로 이행(passages), 생성(becomings), 상승과 추락이며,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힘(역량 puissance)의 연속적인 변이들이다. 이 변이들은 더 이상 정감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정동(affects)이라고 부르자. 정동은 증가와 감소의 징후들(signs)이다. 이 징후들은 (기쁨-슬픔 유형의) “벡터”이며, 더 이상 정감, 감각이나 지각과 같은 스칼라가 아니다.”(Gilles Deleuze, Essays Critical and Clinical, trans by Daniel W. Smith and Michael A. Greco,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7. pp. 138-139) [ ] 표시는 인용자의 주석임

정감(affectio)과 정동(affec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