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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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animation)은 운동 중에 있는 사물의 기계적 포착이 아니라 상상의 형상을 손으로 직접 묘사한 것이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은 이상적인 포즈(ideal pose)를 구현하는 예술인 회화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전적으로 영화에 속하는 이유는 그것을 구성하는 각 컷들이 인물화나 초상화처럼 완결된 형태로 부동하는 이상적 포즈가 아니라, 운동하고 있는 궤적 위에서 불특정한 순간에 포착된 점과 선들이 반복적으로 형성되고 분해되는 과정 중에 있는 자취들을 묘사하고, 이 자취들이 균등 분할되어 집적되는 방식으로 움직임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의 결정적 형식은 양적인 (균등)분할과 기계적 집적이다. 이 형식을 따르는 애니메이션은 고대적 사유와 구별되는 분석과 결합의 체계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들뢰즈는 “애니메이션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데카르트 기하학과 관련이 있다”고 적는다.(C1, 5) 유클리트 기하학은 주어진 공간을 몇 가지 특이하고 완결된 기하학적 형상들(점, 면, 선, 원 등)을 논증적 근거로 삼고, 이들의 반복적인 이행 관계들의 종합을 통해 2차원 공간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유클리트 기하학은 포즈들의 아쌍블라주이다: “원은 한 선으로 된 평면 도형으로, 원의 내부의 어떠한 점에서 원 위로 그은 모든 선분이 서로 같다.” 반면에 데카르트 기하학(해석학)에서는 포즈로 이루어진 특정 형상들이 불특정 다수의 수들(numbers)로 대체된다. 좌표가 도입되고 그 안에서 자태를 가져야 할 형상들은 연산기호들의 기계적 접합인 방정식이 지배한다. 공간의 성질을 결정하는 유클리드의 형상적 질서는 잠재적인 수들의 질서로 바뀐다. 이제 움직이는 것은 ‘변수’라는 이름으로 잠재화 되어 있는 수들이고, 균등 분할된 불특정 지점으로서의 변수 안에서 무차별적으로 배열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수들이고, 그것이 자취를 그리게 될 형상의 운동의 연속성을 제공한다. 데카르트 기하학은 형상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주체의 초월적 인식이 아니라 좌표 위에서 운동하고 있는 동질화된 내재적 지점들의 대수적 분석이다: “원은 x²+y²=r²을 만족시키는 모든 x와 y이다. 이때 r은 상수이다.” 문제는 형상들 자체 또는 그 물질적 근거가 아니라 형상들이 배열되는 방식, 형상들이 존재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에 있다. 이런 점에서 애니메이션은 회화적 형상들의 종합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적이라 할 것이다.

<씨네마톨로지>(근간)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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