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예술과 삶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에 매료 되면 그 “작품”을 창조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작품 만큼이나 그의 삶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넌센스이다. 이런 넌센스는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전반적인 태도에서 일어나며, 나아가 예술과 예술가 그리고 예술작품을 뒤죽박죽 뒤섞어 그들을 묶어서 폄하하거나 혹은 반대로 묶어서 찬사를 보낸다. 예술가나 작가 개인의 전기에 대한 관심, 가령 그의 출신지, 학력, 유년시절이나 가족관계, 연애 관계, 버릇이나 취향, 동성애자는 아닌지, 결혼은 했는지, 주변의 누구와 친분이 있었는지, 도덕심이 어땠는지, 성격은 어떤지, 앉은 자리가 얼마나 높았는지. 이렇게 한 개인과 작품에 묶어서 접근함으로써, 종종 예술가의 본질로부터 멀어진다. 심지어 예술가 개인에 대한 실망감이 즉시 작품에 대한 비난으로 불붙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예술과 개인, 예술과 삶을 묶어서 예술이 삶으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일을 막아보려 한다. 아무리 그래도 예술은 삶에 꼭 필요하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이것이야 말로 예술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생각한다. 인맥과 겸손으로 작업을 하는 협잡꾼들이 주로 그런 인간들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나의 작품이 그 예술가나 작가의 전기 상의 사실들과 동질적인 것이고, 예술가 개인의 삶과 구분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 그래서 그의 전기로도 충분히 작품이 평가될 수 있다면, 도대체 예술 작품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작품이 그의 사소한 과거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의 개인적 시간 경험의 기록이며, 그가 관계한 많은 사교계와 사랑에 관한 보고서이며,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묘이며, 작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의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래서 작가의 이름과 인물의 이름이 동일한 마르셀 개인에 대한 이해가 작품의 이해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그의 소설이 벽장 속의 사진첩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예술과 예술작품은 작가나 예술가 개인의 삶과는 본질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 방금 전 불륜의 밤을 보낸 후에 쓴 한 예술가의 연애시는 얼마든지 위대하다. 그의 작품과 이론은, 육체와 대상에 필연적으로 묶여있는 그의 지리멸렬한 삶보다 더욱 심오한 통찰 속에서, 그의 내적인 또다른 영혼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단순히 한 개인의 경험의 기록이나 감정 표현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손에든 남의 책과 그림을 내던져버리고, 차라리 당신 자신의 일기를 써라. 예술작품은 개인의 삶 밖에 있다. 예술작품은 현실세계에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바로 그 개인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 심지어 인간조차도 아닌, 전혀 다른 관점과 세계와 가능성의 펼침이다(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술작품은 화장실의 신문지와 다름 없다. 예술가는 사실들을 가지고 자질구레하게 신변의 넋두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현실적 존재를 넘어서기 위해 붉게 충혈된 동공으로 새벽의 작업실을 빠져나온다. 우리가 그 작품에 매료되는 것은, 그의 덕망도, 인품도, 겸손도 아닌, 그가 펼쳐 놓은 어떤 풍경,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 때문이다. 삶이 없어도 예술은 존재한다거나, 예술이 삶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예술과 삶의 본성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예술이 삶 속에서 존속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그렇지 않고 어떻게 삶이 구원받을 수 있을까? 신변잡기의 얘기를 썼다 해도, 그의 작품은 그 자신과 무관하며, 무관해야 한다. 그랬을 때만이 삶은 우리에게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삶과 예술 모두의 구원을 위해, 서로 감염되어 서로를 기만하지 않도록, 거리두기와 분리가 각별하다. 신성한 광채를 발하는 작품을 쓴 작가를 실제로 만나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의 한 주정뱅이 노인을 발견하고는(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의아해 하며 그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예술과 삶을 혼동한 편견, 즉 ‘예술은 삶이 아니라는 진리’를 처음 접한 충격이나 그것을 거부하려는 습성의 증후이다.

예술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