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균하는 기계라고 한다. 책이 항상 인간에게 약이 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책에는 그 어떤 독 보다도 치명적인 해악이 있다. 이를 잘 알았던 중세 교회에서는 그 엄숙한 권위에 해가 되는 “웃음”을 다룬 《시학》(Poetica) 같은 이단적인 책을 읽지 못하도록 책에 독을 발라 독자를 독살한 것으로 에코(Umberto Eco)의 소설은 전한다. 당시 교회 도서관에 저 살균 기계가 있었다면 여러 명이 죽는 불상사는 없었을텐데 싶다. 지금은, 엄숙한 권위를 위협하는 정신의 독 때문이 아니라, 또는 웃음조차 불허하는 경직된 권위의 독살 음모 때문이 아니라, 병균을 옮기는 타인의 손 때문에 남의 손을 거친 모든 책에 저 기계가 필요하다. 독살이든 전염이든, 죽지 않고 살아 남으려면, 정신과 육체를 “살균”부터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