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크리스탈

정동 편집에 관한 해설은 여름에 이미 끝냈고,
루이 브뉘엘과 에리히 스트로하임의 충동에 관한 영화들에 관한 비평 및 해설도 여름 말미에 완성했다.
지금은 크리스탈-이미지(Crystal image)의 두 번째 장까지 마무리 하고, 마지막인 세 번째 부분을 준비 중이다.

정동(affects)과 행동(action) 사이에는 충동(Impulse)의 지대가 존재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대 개인의 일상적 삶을 지배하고 있고,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정동이나 행동보다도 충동이다.
이미지 속에서 충동을 발견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정동이나 행동과 섞이지 않은 순수한 충동을 구별할 수 있을까? 충동의 지대는 문학 예술에서는 “자연주의”(Naturalism)에 속한다. 에밀 졸라. 그리고 나중에 가서 동물적 자연주의는 위스망스(Joris-Carl Huysmans)의 심미적 자연주의로 이행한다. 영화에서는 스트로하임(Erich von Stroheim)과 브뉘엘(Luis Bunuel)의 대립이 이와 유사하다.
브뉘엘은 정말로 흥미로운 작가이다. 홍상수가 브뉘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홍상수와 브뉘엘은 본성적으로 다른 데가 있다. 홍상수의 영화에서도 충동 이미지가 있지만 순수한 형태가 아니라 사회적 충동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자연주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브뉘엘은 근원적 세계를 드러내는 작가다.
브뉘엘을 분석한 시기는, 내가 경험한 여름 중 가장 무더웠던 8월이었는데, 참을 수 없는 무더위를 피해 거의 매일매일 카페나 도서관으로 갔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목격한 것은 바로 브뉘엘의 자연주의적 세계였다. 카페와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며 늘어져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브뉘엘의 영화들을 분석하느라, 고통스러운 무더위에도 작업 속도가 아주 빨랐다.

크리스탈-이미지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는데, 2장 마무리 부분에서 최근까지 질질 끄는 바람에 수주가 걸렸다.
“이미지와 돈의 관계”에 관한 분석 단상을 적는 부분에서는 마르크스의 화폐와 상품과 자본의 순환에 관한 이론을 끌어들여 논의하고,
빔 벤더스의 The State of Things와 고다르의 Le Mepris와 Passion 등에 관한 분석에 시간이 적잖이 들어갔다.
앙드레 지드 식의  mise-en-abyme이 어떻게 영화적으로 구현되는지를 해설하고,
이 구도를 통해 영화가 산업, 돈과 맺는 관계를 저 영화들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예술이 미장아빔을 통해 자신의 괴물스러운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은 현대 예술의 조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소 쓸데없이 시간이 더 들어간 부분은 “주관성(subjectivity)과 시간”에 관한 분석 에세이였는데, 두 서너 문단을 가지고 수주를 끌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필요한 것이긴 했지만 개념들을 도출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논증들로 채워져서,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 관념들을 쥐어 짜느라고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 Bergson과 Kant가 시간론에 있어 다소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 분석에서는 이들의 시간론이 어디서 서로 본성적으로 다른지를 논의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들은 결국 Reality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인해 유사한 형식의 시간론을 언급하면서도 본성적으로 다르다. 결국 내재성과 초월성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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