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2

크리스탈 2

결정체 이미지(crystal image)란 현실태와 잠재태가 식별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마치 몸이 움직이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순수지각(pure perception)을 통해 현실과 상상이 동시적으로 공존하면서 식별할 수 없을만큼 그 둘이 닮아있는 상태 같은 것이다.

결정체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거울이다.

화면 안에서 거울을 보는 여인을 생각보자. 누가 실제이고 누가 가상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식별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식별불가능한 ‘차이’이다.

결정체 이미지가 완결되어 하나의 완성태를 이루는 이미지는 “빙빙 돌아가는 이미지”이다.  이것이 왜 완성된 것이냐면, 외부를 허용하지 않고 그 자체 내에서 순환하면서 다양한 이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실태와 잠재태의 완전한 내재성을 이룬다는 점에서 “빙빙 도는 이미지”는 완성된 결정체다.

Max Opul의 Madame de… 에 나오는 보석 귀걸이가 좋은 예다. 보석귀걸이는 수많은 인물들의 손에서 손으로 돌아가고 순환하면서, 그들의 현실태와 잠재태의 이면을 반사한다. 보석 귀걸이는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아 그것을 맨처음 팔았던 부인에게 다시 되돌아오는데, 그 잠재적 의미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되돌아 온다. Lola Montez에서는 돌아가는 써커스 무대가 결정체 이미지로 등장한다. 무대에 오르는 다양한 인물들의 과거가 빙빙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현실태와 잠재태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제시  …

이 완성된 결정체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 감독이 바로 Alain Resnais이다. 그의 영화 Je T’Aime, Je T’Aime에서는 두뇌와 유사하게 생긴 초구(hyper sphere)가 나오는데, 시간이 빙빙 돌아가는 가운데 마치 시간의 터미널처럼 기억이 되돌아오고 다시 나가고 다시 되돌아오고 다시 나가고를 이 초구 안에서 반복한다.

말하자면 결정체 이미지는 사물의 이면을 여는 통로나 터미널 같은 것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영화적으로 정당화하는 단초가 되는 이미지가 바로 결정체 이미지이다. 우리는 미묘하고도 식별하기 어려운 이면을 통해 새로움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영원회귀의 터미널로서의 결정체 이미지는 나중에 또 다른 영원회귀의 양태인 ‘거짓’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크리스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