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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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er_Janszoon_Saenredam_Interior_of_the_Church_of_St._Bavo_in_Haarlem_2

네덜란드 화가 산레담(Pieter Jansz Saenredam)이 프로테스탄트 교회당 내부나 외부를 그린 ‘번들거리는'(luisant) 그림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삶의 표면을 지배하는 구체성의 근간이 다름 아닌 수의 세계, 즉 수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로브그리예(Alain Robbe-Grillet)의 사물에 대한 묘사처럼, 모든 주관성을 제거하면서 순수한 현재 위에서 훑고 지나가는 감각적 구체성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극단적인 추상의 세계가 펼쳐지듯이 말이다. 이 때 우리는 사물을 구체적(혹은 객관적)이게 하는 것이 주관성인지 아니면 주관성의 제거인지 결정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구체와 추상이 식별불가능한 지점을 형성하는 투명하고 번들거리는 이미지, 현재와 과거 혹은 실제와 상상이 식별 불가능한 이미지, 크리스탈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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