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죽음

관계와 죽음

스피노자에 따르면 죽음은 ‘독립된 개체’나 ‘닫힌 체계’의 관점에서만 성립하는 개념이다. 신의 관점에서 볼때 죽음은 불합리하며 심지어 불가능하다. 스피노자는 죽음을 이렇게 생각한다: 죽음이란 신체를 이루는 부분적 요소들이 더 이상 그 신체를 유지하는 관계를 가지지 않을 때이다. 서로 다른 질서에 속하는 부분들이 특정한 관계를 맺으며 특정한 개체를 구성하는데, 이 개체를 특징 짓는 특정한 관계가 해체되거나, 부분들의 결합 관계가 파괴되면 죽음이라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처럼 특정한 신체를 이루는 관계가 파괴되거나 해체된다는 것은 “영원한 진리 그 자체인 ‘관계’가 더 이상 현재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에 의해 실행되지 않게 될 때를 말한다. 사라진 것은 영원한 진리인 관계가 아니다. 사라진 것은 그 관계를 성립 시켰던, 그리고 지금은 다른 관계를 취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가령, 독은 혈액을 해체시킨다. 즉 혈액의 부분들을 다른 신체를 특징 짓는 다른 관계들 속으로 들어가도록 결정한다(더 이상 혈액이 아니다)”(Deleuze 32-33). 죽음은 신체를 이루는 수많은 부분적 요소들의 특정한 관계의 해체이며 새로운 특정한 관계로의 이행이다. 죽음은 관계 그 자체의 파괴가 아니라 특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들이 새로운 다른 부분들과 맺는 새로운 관계의 형성이다. 해체되는 것은 신체를 특징 짓는 특정한 관계이며, 이 관계 아래 배치된 특정한 부분적 요소들이다. 따라서 죽음은 관계의 소멸이 아니라 관계들의 변형이다. 신의 관점에서 절대적인 죽음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악은 그 무엇도 아니라는 논제는 […] 어떤 식으로든 서로 결합하는 관계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계들의 적합과 부적합에 따른 상이함들…] 이런 의미에서, [신체의 시체로의 변화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가 시체로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이 있다. […] 슈바르첸 베르크는 죽음이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형이상학적, 윤리학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신체는 시체로 변할 경우에만 죽은 것이다 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 […] 왜냐하면, 때때로 어떤 사람은 아주 심한 변화를 겪어서,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이 동일한 사람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Deleuze 33-34; [  ]표시는 인용자의 강조 및 주석).

인용 및 참고문헌

Deleuze, Gilles. Spinoza: Practical Philosophy. trans. Robert Hurley. San Francisco, City Lights Books, 1988.
Spinoza, Benedict de. A Spinoza Reader. ed & trans. Edwin Curley. New Jersey, Princeton UP,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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