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의 F

Fake의 F

오손 웰즈(Orson Welles)는 주로 진실과 거짓의 문제를 파고 들었던 감독이다. 자기 자신은 잘 몰랐지만 틀림없는 니체주의자였던 웰즈는 이 세계가 진실한 사람들보다는 거짓말과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웰즈는 그것을 개탄했다든가 비난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삶의 의지를 실현하는 예술적 역량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에서 나온다고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진실 자체가 거짓을 증언해주고, 거짓의 배후가 되어주고, 거짓의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는 허구였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진실한 사람들은 모두가 악인과 사기꾼과 거짓말쟁이와 배신자들 곁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모종의 짝을 이루어 함께 거짓말을 하고 배신자로서 그들과 친구가 된다. 이러한 그의 영화 세계 전체를 요약해주는 영화『Fake의 F』(F for Fake)는 예술에서 모델(진실)과 복사(거짓)의 관계를 ‘가짜’ 다큐멘터리로 보여주었다. 여기서도 진실과 거짓에 대한 비슷한 발상이 반복된다. 진짜 화가들ㅡ뒤피(Raoul Defy), 피카소(Pablo Picasso), 동겐(Kees van Dongen), 드랭(Andre Derain), 브라크(Georges Braque), 마티스(Henri Mattise), 발레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보나르(Pierre Bonnard), 블라밍크(Maurice de Vlamink) 등ㅡ을 완벽하게 모사하는 모사화가 엘미르(Elmyr)의 모사품을 진품으로 만들어주는 이들은 다름 아닌 진품을 구별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모조품을 진짜라고 선언하는 순간 모조품은 진품이 되고 비싼 값에 거래된다. 엘미르에 따르면, 자신의 모방작들을 진품 걸작으로 선언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전문가들이었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그가 진품을 모사할 때 참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전문가들이 진품을 판단하는 기준(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모델과 복사, 진실과 거짓의 이러한 계열적이고도 복합적 관계를 미루어볼 때, 피카소의 그림을 모사하는 엘미르와 피카소의 관계, 그리고 벨라스케스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와 벨라스케스의 관계 중에 어떤 관계가 좋은 관계이고, 또 어떤 관계가 나쁜 관계인지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 뿐만 아니라 삶 전체는 환상과 망상의 미래적 투사로서의 진실과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이 기생하면서 그 전면에 나서 대변과 해명을 하고 있는, 생명적 힘의 구체적 실현으로서의 거짓과 허구가 지배한다는 것, 이것이 니체주의자 웰즈의 결론일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진실인가? 거짓인가?”가 아니라, “어떤 거짓말인가?”일 것이다. 『Fake의 F』의 마지막에 웰즈는 피카소를 언급하며 그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구절을 인용한다: “예술은 사기이다. 그러나 그 사기는 진실을 보게해준다.”

Fake의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