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피

짐승의 피

위대한 알렝 레네(Alain Resnais)와 더불어 40년대 후반에 다큐멘터리 영화의 굵은 선을 그은 조르주 프랑쥐(Georges Franju)의 충격적인 영화 <짐승의 피>(Le sang des bêtes)이다.

파리의 도살장을 감정 없이 묘사하면서, 도살자들의 차갑고도 숙련된 기술들과 아울러 소리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을 파헤치고 드러내는 것을 본질로 하는 예술의 힘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놀라운 것은 단지 동물들의 처참한 죽음 자체가 아니라, 도살 과정이 너무도 차분하고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앞에 둔 도살자들은 마치 공예가가 목재나 진흙을 다루듯이 망설임 없이 머리를 내려치고 목을 따고 배를 가른다. 심지어 도살장엔 휘파람과 콧노래 소리가 들려오기까지 한다. 이를 바라보며 충격을 받는 우리조차 그 장면들에 분노를 하거나 혐오감을 가질 수가 없다. 우리가 매일매일 가족과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즐거워하는 아름다운 장면의 네거티브, 나아가 모든 아름다운 것의 어두운 배후가 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눈을 뜨고 바라볼 수조차 없는 폭력이지만, 받아들이고 묵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러한 폭력이다. 감독은 말한다. “나는 분노와 혐오 없이 충격을 주고자 한다. 저 고기를 매일 먹는 이들을 위해, 힘들고 위험한 일조차 감수하며 그들에게 고기를 주기 위해, 분노와 혐오 없이 양의 목을 따며 휘파람과 콧노래를 부르는 저 도살자들처럼.” 도살장은 가정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다. 도살장 주변엔 십자가가 우뚝 솟은 교회가 서있고, 아침 저녁으로 수녀들은 칼로 가른 동물의 복부에서 따로 떼어낸 비계 덩어리를 사러 이곳에 들른다. 교회와 나란히 파리의 도시와 마을이 펼쳐진다. 폐허처럼 버려진 공터, 마치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전시된 듯이 보이는 쓰레기로 가득찬 빈민촌, 내동댕이쳐진 예술작품들, 그리고 거기서 을씨년스럽게 장난질을 하고 있는 아이들. . . . 어떤 점에서 이 영화는 폭력의 두 양상을 비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짐승의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