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내부와 외부

바둑의 내부와 외부

최소한 동양인들의 생각에 동양은 바둑에 있어서 만큼은 우월한 존재였다. 바둑의 발상지일 뿐 아니라, 그 수두룩한 고수들을 보면 서구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열린 전체를 지향한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 <천의 고원>(mille plateaux)이란 책에서 바둑과 체스를 비교하면서, “닫힌 체계”의 체스와 달리 바둑은 “열린 전체”를 지향하는 게임이라고 그 우월성을 피력한 적이 있다. 무한한 수들의 놀이. 바둑은 질서에 갇힌 게임이 아니라 질서 자체를 창조하는 게임이다. 그러기에 동양인들은 이 무한한 수들의 놀이에서 새로운 기발한 수, 기발한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수천년을 공을 들여 왔다. 냉냉하고 무뚝뚝하고 둔탁한 서구인들은 그런 놀이를 할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Alphago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서구는 바둑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바둑의 외부에 실재하고 있었고, 바둑을 외부에서 “사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바둑의 내부에서 “놀이”를 하고 있을 때, 그들은 바둑의 외부에서 그 놀이판의 질서를 분석하고, 놀이의 한계를 구분짓고, 바둑 전체의 윤곽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들이 바둑을 닫은 것인지, 아니면 바둑 안에 갇혀왔던 우리에게 새로운 자유를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동양인이 그동안 바둑의 내부에 갇혀 놀이의 이름으로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바둑이 닫히지 않도록 그것을 열어 젖히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이제 바둑에 있어 동양이 서구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하고 더 우월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바둑의 내부와 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