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병

노동과 병

설명하기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일을 그토록 하기 싫어했던 카프카(Franz Kafka)가 쓴 『변신』(Die Verwandlung)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한 개인이 지켜야 할 모든 사회적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고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 가족과 사회를 말도 못하게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병적이거나 초현실적 상황이 아니라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아버지의 세계, 아니 아버지에게조차 제복을 입혀 배후에서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체계에 맞서 그가 선택한 출구는 체계가 자신을 자진해서 버리도록 지저분해지고 추해져서 민폐왕이 되는 것이었다. 이 유머러스한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노동과 병”에 관한 한 구절이다.

 

“노동을 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되어 있는 개인들ㅡ그러니까 거의 모든 사람들ㅡ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어찌나 잔혹한 것인지 그들에게 단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혁명에 대한 희망은 물론 별도로 쳐야겠지만) 그것은 병에 걸리는 일 뿐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과 사고가 그리도 많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시한다. 그것들이 그리도 많은 까닭은 매일매일의 노동에 지쳐버린 인간들이 그들의 남아 있는 영혼을 구해내는 데 있어서 질병이라는 저 한심한 피난처 밖에는 다른 방도를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값진 것이며 병원 생활이란 그 나름의 으리으리한 저택생활이다. 만약 부자들이 그걸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장 그르니에. 『섬(Les Iles). 김화영 옮김. 민음사. 1993. p.79.)

 

노동과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