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들

조난자들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유명한 명제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기 때문에 무섭다.”를 탁월하고도 절묘하게 극화한 영화가 바로 노영석 감독의 <조난자들>이다. 이 작품에서 “공포”는 다름 아닌 주인공 자신이 결정한 “위치”에 기인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뒤돌아서고, 회피하고, 숨어드는 행위로 인해 처하게 된 위치가 바로 주인공 자신의 지각 자체를 어둠이나 백색으로 둘러싸인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서 백색 환경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백색 환경에 사로잡혀 어둠 속을 갈망하거나, . . . 투쟁과 선택 모두가 거부된 이 상상의 현실 안에서 공포의 조건인 지각불가능과 무능은 극대화된다. 이때 사방에서 들리는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와 함께 무한으로부터 상상하지 못한 자들이 찾아온다. 바로 이것이 환대할 수 없는 무한한 타자의 공포이다.

movie_image-9

 

조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