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lousy

Jealo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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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것(the abstract)은 고통을 주거나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다. 추상은 감각적으로 느끼거나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힘들고 긴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다. 한편 이와 반대로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기도 하다. 단지 생각을 지워버리고 다른 것에 관심을 두면 된다. 잘 알지 못하거나 느껴지지 않는 것, 구체적인 윤곽선을 잃어버린 이미지, 즉 추상은 일종의 외면이다. 반면에 구체적인 이미지(the concrete image)는 강요 같은 것이다. 감각과 지각 안으로 밀고 들어와 꾹 찍힌 진한 윤곽선 때문에 우리는 고통을 느끼고 동요한다. 처음엔 나타나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별의 감각이 그 예이다. 이별의 통보나 부고(obituary)처럼 말이나 글로 전달된 메시지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한참이 지난 후 길을 걷다가 사람들 틈에서 우연히 맡게 된 냄새, 아니면 카페의 탁자 위에 누군가 올려 놓은 작은 손지갑이 난데 없이 불러들인 비자발적 과거에 압도되어, 나는 두리번 거리며 문득 어떤 절망적인 깨달음에 이른다. 시간 속으로 깨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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