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

진실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적어도 우리 마음대로, 임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실은 형사가 용의자에게 강요하듯 내던지는 질문 속에도, 고문에 견디지 못해 내뱉는 용의자의 자백 속에도 있지 않다. 진실은 범인이 아니다. 살인범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진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괴상망측한 살인사건이, 점차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실재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한 촌뜨기 형사의 눈빛 속에, 그리고 용의자 사진이 잔뜩 붙어있는 수첩을 찢어버리며, 자신의 믿음을 철회하는, 비로소 진지해진 그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니 말이 맞다… . 씨발! 서울에서는 이런 일 자주 일어나나?”

진실은 범인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었던 폭력과 대면한 후에 깨닫게 된 형사 자신의 한계일 것이다.

살인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