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는 메시지다

배치는 메시지다

사물들의 배치, 이미지들의 배치, 단어나 소리의 배치, . . . 이 같은 일정한 형식의 배치는 의미를 만들어낸다. 맥루한(Marshall McLuhan)식으로 말해 메시지를 창조한다. 의미나 메시지는 의지일수도 있고, 바램일수도 있고, 기억일수도 있다. 또는 배치가 환기하는 쾌감일수도 있고 불쾌일수도 있다. 나무 아래에 기대어 앉은 사람, 낭떠러지 위에 놓여진 신발, 주먹으로 움켜쥔 붉은 깃발, 머리에 꽂은 꽃, . . . 이 모든 배치들은 특유의 형상을 가지며, 메시지를 발산하고, 모주킨의 이미지 실험이 증명했듯이 정서를 촉발하며,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사물들의 배치는 구성, 이미지들의 배치는 몽타주, 그리고 단어들의 배치는 통사(syntax), . . . 세계는 배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모두는 관계의 한 당사자로서, 관계를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바램을 투사하고 메시지를 생산하며 살아간다.

배치를 통한 메시지 생산의 가장 좋은 예는 물론 저널리즘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알려진 사실들만을 종이에 일정한 형식으로 배열만 했는데도, 우리는 그 뉴스가 정치적으로 좌파인지 우파인지, 혹은 반정부적인지, 친미인지 반미인지 같은 시대적 화두를 감지할 수 있다. 저널리즘은 본질적으로 밑줄 긋기이며, 밑줄 긋기 자체가 배치이자 메시지이다.

배치는 그 교묘함이 더 할수록 메시지의 농도는 진해지고, 감지할 수 없을만큼 둔탁해지며, 관념과 신체와 정동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작용한다. 현대 주류 미디어에서 무의식적으로 상투화된 ‘공포의 배치’나 ‘혐오의 배치’가 좋은 예이다. 가령, ‘전염성 바이러스의 전국적 창궐’에 관한 뉴스가 요란하게 발표된 후에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노조의 파업’이나 ‘예산안 심의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의 국회 풍경’에 관한 뉴스가 이어진다. 이 두 유형의 기사가 서로 순서를 바꾸어가며 한동안 반복되는 동안, 자연적 재앙과 사회적 재앙은 구분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들이 서로를 지칭하지 않아도 함께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연적 공포가 사회적 행위의 결과이거나 아니면 그 반대인 것처럼 공포의 원인과 결과가 정치적 비난의 뉘앙스를 발산 하면서 배열된다. 또는 최소한 공포의 강화 혹은 약화의 특유한 관계들이 구성된다.

맥루한은 전형적인 미디어 구도를 이루는 두 개의 대립되는 항들로서,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를 구분했다. 나쁜 뉴스란 열광, 분노, 공포와 같은 일종의 집단적 분출을 조장하는 뉴스이다(정치-문화적 스캔들, 재해, 폭행, 끔찍한 일탈에 관한 기사들). 반면 좋은 뉴스는 이러한 황색-저널리즘(혹은 붉은색-저널리즘)을 미끼로 특정 집단의 메시지(주로 마케팅)를 퍼뜨린다. 나쁜 뉴스가 쏟아내는 무섭고 위험한 이미지가 일련의 경고의 기능을 하는 동안, 또는 그 후에, 다른 한편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집단과 세력이 추구하는 천국의 이미지들이 헐리웃의 “교차 평행 편집” 스타일로 왔다갔다 한다. 모자이크 처리된 거칠고 저속한 이미지의 다큐멘터리 VCR화면을 바라보며 양미간을 구기고 숨을 헐떡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나 싶으면, 어느새 카메라는 외부소음이 차단되어 청결하게 살균된 스튜디오로 들어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깔끔한 용모로 생글거리는 미소 혹은 단호한 표정을 머금은 여자 앵커의 ‘모범적’ 자태를 보여준다(그 자태는 언제나 미디어가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도덕’과 ‘건전한 정신상태’를 암시한다). 그녀는 아주 대조적인 또 다른 교훈적이고 바람직한 “도덕적 실용주의”의 세계를 우리에게 소개하기도 하는데, 거기서는 소시민들의 선행과 도덕의 사례들이 간간히 열거되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그 세계의 정수는 인상 좋은 선한 외모의 배우들이 직접 가리키는 상품의 꿈같은 화사함이다. 이러한 불행과 구원의 교차 편집을 통해 화이트-저널리즘의 야바위가 반복하고 유인하는 대상은 집단의 적개심을 필요로 하는 황색-저널리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선택과 배치, 이것이 미디어-저널리즘의 본질적 형식이다. 무엇을 선택했는지(이는 취향 또는 경향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배치했는지(이는 욕망을 반영한다). 우리가 뉴스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찾아야 할 미로는 바로 이 취향과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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