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Metz의 영화기호론 비판

Christian Metz의 영화기호론 비판

영화 기호론자인 메츠(Christian Metz)는 스승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기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이미지 자체에 언어적 기호체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영화기호론’(a semiotics of the cinema)은 구조주의 언어학이 언어에 대해 구사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영화의 의미작용 메커니즘에 관한 내재적 연구이다. 메츠는 영화를 언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영화는 문화와 관습에 따라 그 재료를 조직하고 기호화하는 일종의 의사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영화이론은 영화언어를 지배하는 규칙들을 발견하는 분과여야 하며, 언어를 아우르는 기호체계로서의 영화 이미지에 대한 이론적 분류법의 토대로서 영화기호학이 되어야 한다. 메츠는 매번 실패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이미지를 언어의 규칙들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들뢰즈는 메츠가 신중하기는 했지만 영화와 언어(기호)의 관계를 경솔하게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메츠의 이론은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다소 수정된 견해들로 바뀌기 때문에 체계가 완전히 정립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이 기본적으로 가정하는 것은 영화가 발달과정 속에서 이야기의 형식―상업적인 이유든 아니면 기술적인 이유든―을 갖추게 되면서 서사적이 되었다는 것이며, 나아가 영화는 언어나 기호의 여러 속성들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서사성”(narativity) 자체가 영화의 내적인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미지는 여러 이미지들의 결합이든 단일한 하나의 이미지든, 예컨대 하나의 쇼트조차 하나의 ‘명제’와 동일할 수 있으며, 최소 단위의 “서사적 발화”(narative utterance)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영화이미지는 자연어 체계와는 다르다. 언어와 달리 영화는 상호소통이 아니며, 이미지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의 관계 역시 소쉬르가 기호에 설정했던 기표와 기의의 자의성이 약화되어 있다. 이미지와 대상은 ‘도상’(icon)이나 ‘지표’(index)처럼 비-자의적인 관계일 수 있으며, 구조적 체계를 벗어나 경험이나 직관의 계기를 수반할 수 있다. 기표는 다른 기표와의 외연적인 관계 속에서 점유하는 위치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되지만, 이미지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에 어느 정도는 의존한다. 이미지와 대상은 서로 미끄러지지 않으며 유착된다. 아울러 메츠 자신도 인지했듯이 영화 이미지는 자연어와 달리 “이중분절”(double articulation)―가령, 소쉬르가 창안한 개념인 ‘음소’(phoneme)는 실제로 발화된 소리들이 철자로 이루어진 형태소로 분절되기 이전에 물질적인 단계에서 분절된 음가인데, 영화의 쇼트에는 음소와 같은 이중 분절 체계를 발견할 수가 없다―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언어체계인 “랑그”(langue)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츠는 다소 유보적이면서도 계속해서 영화이미지를 언어체계 또는 기호체계 속으로 내삽(interpolation)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영화 이미지는 소쉬르의 랑그와 같지는 않지만 언어적 실천 또는 서사적 발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쇼트는 이중분절이 일어나지 않아 의미의 최소 단위인 단어에 상응하는 기능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쇼트는 의미론적으로 문장에 가깝다. 즉 쇼트는 행위자와 사건들로 구성된 하나의 진술문과 같다. 남자가 걸어가는 쇼트는 “남자가 걸어간다”는 문장에 해당된다. 하나의 대상만을 클로즈업한 이미지도 일종의 서사 진술문으로 간주될 수 있다. “총의 클로즈업”은 단어를 나타내는 “총”이 아니라 “여기에 총이 있다!”와 같은 진술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미지는 기호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통합체의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비록 각각의 이미지들은 제한된 일정한 “목록”(lexicon)에서 단어들을 선택하는 언어와 달리, 무한한 목록과 제작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전제하지만, 선택된 이미지들이 몽타주를 통해 이해 가능한 시퀀스로 배열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코드화”(codification)를 거쳐야 한다. 몸짓 코드, 의상 코드, 음악 코드, 조명 코드 등, 영화 이미지의 언어 체계로의 내삽은 “랑그 없는 랑가주”(langage sans langue)라는 개념으로 현실화되기에 이른다. 자유롭게 제작된 수많은 영화 작품들이 내러티브의 수준에서 비슷비슷한 양태로 진화하는 것도 바로 이미지들의 코드화된 언어 실행으로서의 ‘랑가주’ 때문이다.

나아가 메츠는 기호로서의 영화이미지를 로만 야콥슨(Roman Jacobson)의 개념을 빌어와 관용 규칙들로 이루어진 “통합체”(syntagme)와 “계열체”(paradigme)로 체계화 한다. 가령 하나의 쇼트는 다양한 상관적 대상들이 공시적 수준에서 하나로 통합되어 제시된 이미지이다. 인물, 의상, 공간, 조명, 그 밖의 모든 요소들은 쇼트 안에서 상관적인 관계를 맺으며 통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들뢰즈에 따르면 통합체란 “현존하는 상관적 단위들의 연접관계(conjunction)”이다.(Cinema 2, 26) 동시에 그 쇼트 안에 있는 다양한 대상들은 각각 다른 것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무수한 계열들을 가진다. 가령 인물의 다양한 계열들 뿐 아니라 의상의 다양한 계열들, 그리고 공간과 조명의 계열들이 각각 존재한다. 감독은 한 장면 속에서 대상들의 연접된 관계(통합체)를 창출하기 위해 이 가능한 계열의 항들 중에서 특정 항을 ‘이접관계’(disjunction)로 즉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배치한다. 들뢰즈는 계열체를 “현존하는 단위들과 그에 상응하지만 부재 단위들의 이접 관계(disjonction)”라고 규정한다.(Cinema 2, 26) 연접이 결합될 수 있는 것들의 종합이라면, 이접은 대체 가능한 항들의 집합이다. 기호체계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이러한 통합체와 계열체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결국 영화기호학은 이 두 체계를 분류하고 그 질서를 규명해서 영화이미지 속에서 지배적인 코드를 형성하는 언어적 모델 혹은 통사적 모델을 적용하는 분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모델들은 랑그를 넘어서 코드로 형성된 관용 규칙들의 총체인 “대통합체”(grande syntagmatique)의 이론으로 완성될 것이다. 메츠에 따르면 대통합체는 공시적 상태에 일괄적인 코드화를 보장한다. 대통합체는 극영화의 서사를 분절하려는 포괄적 시도였지만, 영화의 언어적 성격을 논의하면서 파생되는 서사성을 영화 자체와 동일시하거나 영화에 내재하는 본성이라고 믿었던 결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들뢰즈가 메츠에게 가한 비판은 외연의 절차를 통해 획득된 서사성이 오히려 생득적인 것으로서 코드화된 외연의 절차 자체를 가능케 했다는 칸트 식의 순환 논리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며, 이미지를 언표와 동일시함으로써 이미지를 체계와 구조의 단위로 간주하거나, 최소한 미리 결정된 의미를 내포할 개연성을 이미지에 부여했다는 것이다. 결국 메츠 자신도 이러한 기획을 포기하고 수정하여, 이미지를 분절의 기저에 있는 체계와 규칙들로 포섭하여 원리로 사실을 덮어버리는 대신에 이질적인 코드들이 상호작용하여 의미화 과정이 일어나는 영역으로 개방하기에 이른다.

Christian Metz의 영화기호론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