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에 대하여

노쇠에 대하여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우리는 늙어가기 시작한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자기 자신조차도 멀찌감치 떨어져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노인의 냉랭한 시선 속에서 세계는 식어간다. 친구도 식어가고, 부모도 식어가고, 집도 식어가고, 창밖도 식어가고, 하늘도, 산도, 그 자신을 포함한 대기 전체가 식어간다. 몸에 한기가 돌면 그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처럼 홀로 우뚝 솟아있던 빠릿한 몸에서 서서히 힘을 풀어가며 몸을 낮추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의지할 수 있는 “사물”을 찾기 시작한다. 예컨대, 지팡이는 노인의 정신을 지탱하는데 있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으면, 그는 스스로 앙상하지만 단단한 사물이 되어간다.

노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