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형상

구름속의 형상

구름 속에서 어떤 형상을 떠올리는 것은 문화적 행위일까 아니면 자연적 행위일까? 무질서한 상태 속에서 질서와 균형감을 갖춘 형상을 떠올리므로 그것은 문화적 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체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을 보다 습관화된 패턴으로 도식화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도식화는 꿀벌이나 개미의 사회적 경향처럼 일종의 본능일 수도 있으므로 그것은 자연적 행위가 될 것이다. 데리다(Jacques Derrida)가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의 이분법(자연/문화)을 해체시키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들의 새하얗고 의기양양한 구분이 실상은 그렇게 분명한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위의 그림은 미국 이민자들의 역사를 알레고리화한 <헤롤드와 쿠마>(Harold & Kumar Go To White Castle, 2004)라는 영화의 맨 끝에 나온 장면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청년 헤롤드와 인도청년 쿠마가 저녁시간에 배가고파 “White Castle”이라는 햄버거 가게를 찾아 가면서 좌충우돌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이런 저런 사고를 치고 나서 범죄자가 되어 경찰서에 구류되었다가, 기지를 발휘하여 그곳을 빠져나간다. 이 그림은 도망 가버리고 없는 두 오리엔탈(Oriental)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백인 경찰관들이 그린 몽타주이다. 백인들의 이 스키마(schema) 혹은 게스탈트(Gestalt)는 문화적인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인 것일까?

구름속의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