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화법

유체이탈 화법

무당이 빙의된 상태에서 남의 혼을 빌려 말하듯이,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는 방식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한다. 아마도 기자들이나 네티즌들이 무책임한 정치 지도자들의 화법 행태를 우스개소리로 비꼬면서 썼던 단어가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용어는 화법을 구사하는 기술적 방식과 그 결과가 자아내는 모양을 묘사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유체이탈 화법”은 영혼이 몸으로부터 빠져나가 겉돌거나 동떨어진 모양을 자아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말하는 하나의 기술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그 용어가 쓰여진 맥락(기만, 책임회피 등)을 생각하면 통쾌한 느낌 보다는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심지어 조롱의 어조가 있음에도, 화법 구사력이 좋은 사람을 일컫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행위를 비판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부여할 때는 그 명칭에 적절한 불명예와 수치의 뉘앙스가 묻어나게 해야 당사자 역시 그렇게 불리는 것을 불명예로 알고 그렇게 불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척결해야 할 악덕을 지칭하거나 환기하는 언어는 관조와 조롱의 냉소적 뉘앙스를 넘어 그것을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여 비판하고 실제로 척결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최소한 당사자가 듣기 싫어 미간이 구겨지는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지금까지 별로 뚜렷한 반응도 변화도 없는걸로 봐서는 실패한 용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는 탄환이 되어야 한다”고 아르또(Atonin Artaud)가 말했듯이, 좀처럼 뚫을 수 없는 강철같은 거죽을 뒤집어 쓴 짐승들을 목도한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러한 탄환이 아닐까 싶다. 아주 쎈 탄환.

 

유체이탈 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