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이창

<이창>(Rear Window)에서의 첫 시퀀스는 히치콕 특유의 프레임 외부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카메라는 프레임 안에 들어올 요소들을 버리거나 자른다기 보다는, 재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집합을 더 많이 담아내기 위해 추리의 요건이 될 수 있는 모든 단서들, 물건들, 상황들, 정황들을 프레임 안으로 주어 담아 한정하고 가둔다. 이것은 주인공이 아파트 창문들을 몰래 엿보면서 살인에 대한 의혹을 품게 되는 정황 전체를 현시하는 기능으로 발전한다. 이마에 흐르는 땀, 온도계, 부서진 카메라, 자동차 경주 사진, 잡지 등, 세트의 요소들은 프레임 안으로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퍼즐 조각들처럼 말을 하면서 상황 전체의 그림을 위한 “추리”의 단서들로 기능한다. 예컨대 부서진 카메라는 인물의 자동차 사고를, 잡지는 그의 직업을, 땀과 온도계가 지시하는 무더위는 인물의 무료함과 열려진 창을, 결혼반지와 남자의 잦은 외출은 살인을 환기하면서, 점차 인물이 빠져들게 될 관음증적 의혹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히치콕의 프레임에 비결정적인 요소는 없다. 드레이어식의 클로즈업이나 절단도 없고, 안토니오니식의 강박화면이나 신경증적 요소도 없다. 단지 평범한 연대기나 스토리텔링처럼 사물, 인물, 그 밖의 모든 요소들을 명확하게 프레임 안에 가둘 뿐이다. 사물들은 그 자신의 윤곽선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지각되는 바로 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세트에 변태적이거나 특이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프레임은 사물들을 옮겨 다니며 태피스트리를 짜듯이 복선들로 가득 찬 단서들의 관계를 구성한다. 이것은 시각적 광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카메라-탐정의 시선에 의해 훑어지는 단서나 증거들, 또는 진술 조서의 항목들이며, 카메라의 공간적 이동의 배후에는 이 항목들에 의해 요약되거나 진술되며 커져가는 ‘범죄’라는 우주 전체의 운동이 축적되어 간다.

이 글은 <영화증후론>(Cinametology)에서 일부를 발췌함

 

이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