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물화

예술의 물화

예술이 “물화”(reification)의 과정을 밟게 되면, 예술품을 둘러싼 두 수준의 현상이 발생한다. 예술품이 진부해지고 흔해빠진 물건이 되거나, 그와는 반대로 예술품에 대한 맹목적인 신비화가 일어난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물화의 두 양태이다. 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미술품 감정은 두 수준의 물화 효과들 중 전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집단적 대응이지만, 동시에 미술품을 후자의 길로 이끄는 단초이기도 하다. 예술품의 ‘신비화’ 역시 ‘진부함’에 못지 않은 예술의 물화 과정의 하나다. 물화는 사적 소유를 사회적으로 정당화하고 실현하고, 이를 정신화하는 한 방식이다. 따라서 미술품을 감정하는 시스템이 부실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진품(원본)을 선별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피하게 끌어안고 있는 사적 소유와 물화이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과 소외되는 것은 이러한 물화 과정의 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진품은 예술가를 넘어서서 하나의 신비한 우상으로 승화되며, 또 그래야만 한다. 여기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작품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조차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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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감정시스템이 낳은 ‘위작의 망령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145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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