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의 La Promenade

르누아르의 La Promen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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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의 작품 La Promenade입니다. 이 작품을 사진으로 봤을 때는 르누아르가 물감을 이렇게 두껍게 칠했는지 몰랐습니다. 직접 보니 조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울퉁불퉁 튀어나왔습니다. 화면의 왼쪽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새 하얀 드레스를 주목해 보세요. 남녀의 뒤로 깊게 칠한 어둡고 습한 배경 만큼이나 순백의 밝은 드레스가 어떤 육중한 것을 짊어진 것처럼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자세히 보면 화가는 마치 여인의 순결을 망치려는 듯, 아니면 이제 곧 그녀가 맞게 될 어떤 상황을 예고 하듯, 순백을 물감 덩어리들로 덕지덕지 발라 놓았습니다. 두껍게 발라놓은 순백의 반죽 사이 사이로 그것을 뚫고 나오려는 듯 살색의 생기가 간간히 보입니다. 여신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자아내려는 드레스의 밝고 화려한 색채와는 달리 그 형태와 질감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땅에 쓸려 억지로 질질 끌려오고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밀회 장소로 들어가려는 두 연인의 자연주의적 활력을 밝고 화려한 드레스가 아래 쪽에서 잡고 끌어당기고 있는 모양새 입니다. 아무래도 드레스를 벗거나 찢지 않고는 저 어둡고 습한 곳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생기있고 발랄한 몸을 무겁게 휘감고 있는 두터운 광채가 자연과 불화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는 번영과 허영의 장막으로, 그리고 피크닉에서조차 떨쳐 버릴 수 없는 코드로 여성에게 가해졌던 19세기의 중력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르누아르의 이 작품 안에는 양립하기 쉽지 않았던 두 에너지의 19세기적인 대립이 있으며, 작가는 이 대립을 통해 시대를 고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르누아르의 La Promen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