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 트래킹

미래적 트래킹

알랭 레네(Alain Resnais) 감독의 <밤과 안개>(Nuit et Brouillard)를 보면서, 나도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레네는 전쟁과 폐허의 실상을 남겼다. 2차 대전, 알제리 전쟁, 아우슈비츠, 히로시마 등등. 물론 전쟁과 폐허가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정서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우리는 “전쟁의 망각” 속에서, “전쟁의 망각”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레네의 ‘시대’ 만큼이나, 아니 더 혹독하고 잔인한 폐허의 ‘시대’ 속에 있다. 레네가 찍고 보존했던 가시적인 전쟁과 폐허가 아니라, 비가시적인 전쟁, 일상적이고 무의식적인 폐허가 우리의 정서이며 지각이다. 레네가 “트레킹 샷”(tracking shot)과 “단속적 편집”(montage haché)을 통해 현재 속에 공존하는 과거의 실상을 남겼다면, 내가 찍는다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 속에 공존하는 미래, 과거보다도 더 끔찍한 미래를 남길 것이다. 어쩌면 비스콘티(Luchino Visconti)의 트레킹과 레네의 트레킹의 차이만큼이나 본성적으로 다른 미래적 트레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간은 과거만큼이나ㅡ그 보다도 더ㅡ미래쪽으로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미래적 트래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