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대하여

경쟁에 대하여

경쟁은 같은 급(級)을 전제한다. 경쟁을 하거나 경쟁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경쟁상대를 자신과 같은 급 혹은 같은 부류로 인정했다는 것이다ㅡ그런만큼 경쟁 상대를 고르는 것은 경쟁 자체 이상으로 어렵고 까다롭다. 우열을 가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정도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쟁하는 둘은 본성적으로 다르지 않다. 경쟁은 정도의 차이를 나누는 행위이지 본성적으로 다름 자체를 구별하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의 본질은 대립과 갈등 보다는 오히려 우정에 가깝다. 따라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경쟁에 사로잡힌 영혼은 그의 의지와는 달리 자신의 무리로부터 단절은 커녕 언제나 고만 고만한 동류의 무리들 속에 한데 섞여 허우적거리는 일로 일생을 보낸다. 우정으로 싸우고, 싸움으로 우정을 쌓으면서, 경쟁은 결국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를 더욱 더 견고하게 다지고 다진다. 이것이 제국(empire)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와는 급이 전혀 다른, 제국주의자들과는 본성적으로 다른 인간들이 있는데, 이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경쟁에 대한 그들의 거부에 있다. 경쟁에서의 승리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대신, 그들은 타인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들은 제국주의자들을 조소하며, 만들어진 제국을 부스러기로 해체하고, 제국이 불가능한 다양한 세계를 만든다. 단지 자신의 갈길을 갔을 뿐인데도, 그 길을 따라 제국에 거대한 누수가 발생할만큼 굵고도 긴 선분이 그를 따라 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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