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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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이 좀비로 보이기 시작했다.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할 때조차 그들에게서는 생기가 없다. 선생이 하는 말에 딱히 호기심도 보이지 않고, 잘 믿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강의는 마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앉아 있는 소비자들 앞에서 원맨쇼로 법석을 떨며 해대는 제품 설명회 같다. 아니다, 이들은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침투해 들어온 공작원들인지도 모른다. 이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어떤 강력한 힘이 이들의 뇌리에 불변하는 법칙이나 규칙을 빼곡히 심어 놓아, 여기에 들어온 이후에도 그 어떤 진리도 파고들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세뇌되어 있는 공작원들. 다른 목적의 공작이 아니고서야 이미 프로그램이나 회로가 심어져 있는 이들이 학교에 와서 멍하니 앉아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선생들의 임무는 이제 이들의 교육이나 프로그램화가 아니다. 이들을 사로 잡고 있는 그 다른 힘에 맞서, 이들이 결코 학교에서 공작을 펼치지 못하도록, 학생들과 싸우는 일일 것이다. 교육의 장으로 간주되어 온 학교는 더 이상 상호협력이나 상호작용의 공간이 아니다. 학교는 모순의 현장이고 악랄한 싸움터다. 아니, 이미 싸움은 끝났고, 선생들조차 세뇌된 좀비가 되어 양산하는 제품에 스펙이라 불리는 악의 모든 종자를 탑재하여 사회로 납품하는 공장의 노동자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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