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음

침묵의 소음

도서관과 같이 조용하고, 정숙한 곳에는 소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실상과 아주 다르다. 도서관에는 약간의, 아니 절대적으로 소음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소음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이상하게도 소음들 속에서가 아니라, 정숙과 고요와 침묵 속에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옆 사람의 책넘기는 소리나, 뒤척이는 소리, 또는 숨소리가 아니다. 침묵의 소리! 아마도 우리 자신으로부터 새어나오는, … 시간을 견디며 끙끙 거리는 고요한 소리! 이를 들키지 않으려면, 다른 소음이 필요한 것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먼 잡음들 때문에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는지,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한 여선생이 급기야는 벌떡 일어나 창문가로 간다. 그리고는 견고하게 설치된 방음 창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뭘 모르는 선생 같으니라구! 이제 그녀의 고통은 보다 구체적이고,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침묵 속에서,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을까? 당신의 그 침묵 소리에 고막이 터지지 않고도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집중은 커녕, 뇌리 속에 산만하게 펼쳐질 그녀의 시간은, 오분도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일어서게 만들 것이다. 옆에 있는 나를 잊고, 당신의 소리를 감추고, 이 고요를 외면하려면, 그 창문은 그냥 내버려 두었어야지. 피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침묵의 소리가 지옥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지 않기 위해, 마치 주술적으로 쓰이는 주물(呪物)이나 희생양처럼, 아니면 향수처럼, 우리가 내뿜는 지독한 냄새와 소리들을 중화시켜줄, 외부의 소음이 필요하다.

침묵의 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