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버지

어떤 아버지

그는 대화를 즐겼다. 대화는 언제나 그의 높이를 확인시켜주곤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쌓아놓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대화는 그러한 재산목록을 확인하고 세어보는 만국 박람회와도 같았다. 모두들 관객처럼 그의 앞에 모여 그가 자랑하는 전리품들을 구경했고, 그러한 것들을 소유하지 못했거나 소유하길 염원하는 그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는 흡족해했다. 그는 책을 꽤 읽는 편이었지만, 대부분은 그 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진열된 목록, 이국적인 이름, 새로운 명칭들이 그의 입에서 쉼없이 암송되었고, 옆자리의 관객들은 그것에 의아해 했지만, 그의 취향으로볼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대상을 소유하고, 윤곽선을 분명하게 해 놓아야만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도 부른적이 없거나 이름이 없는 것은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혼을 해야만이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던 알베르트처럼, 그는 모든 것과 결혼하고 싶어했다. 심지어 그는 음악조차도 다른 장식물들처럼 선반 위에 놓아두길 원했다. 그래서 그는 큰 소리로 터져나오는 음악은 견디질 못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그 점을 지적하자, 그는 마치 자랑처럼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난 항상 음악한테 미안해!” 그는 언젠가는 그 소유물들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음을 느낄 것이다. 늙어가고 있는 그는, 아니 이미 많이 훌쩍 늙어버린 그는 그것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점점 허기가 지고, 뺨이 야위고, 추해진 몰골에 허리가 휘어, 더 이상 대상 조차 바라볼 수 없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말이 많아졌다. 내뱉은 그 모든 단어들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냥, 식사나 술자리에 앉으면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로 말이 많았다. 이상한 것은, 그 많은 소유물을 확인하는 절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많아질수록 허기는 더 깊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가 늙어가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와의 식사는 언제나 빨리 끝났다. 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깃국물 속의 고기가 쉽게 동이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고기에서 국물이 흘러나올때까지 기다릴 만큼 그와 우리는 느긋하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국물을 떠 먹는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윤곽선도 분명치 않고, 그 출처조차 분간할 수 없어 보이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그 국물을 너무나도 싫어했던 사람이 바로 그 였으며, 그에게 찬사를 보내던 우리들 역시 감염이 되어, 어느새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액체 자체가 그에겐 일종의 파괴였으며 침략이었다. 그냥 두었더라면 국물이 되었을 고깃덩이를 얌체들처럼 빼가는 바람에, 더 이상 국그릇엔 육수가 없었다. 조미료 향내만 진동하는 김빠진 맹물만이 고여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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