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열매

선악의 열매

스피노자에 따르면 윤리를 ‘금지’와 ‘명령’의 질서(~하지 말라)로 이해하는 것은 자연의 운동과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한 것과 ‘악’한 것을 판별하는 가치의 종교적 결정 역시 존재의 운동과 원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아담이 열매의 의미를 금지와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그가 “신은 어째서 열매를 금지 했는가?” 또는 “금지된 열매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또는 “금지된 열매는 왜 계율로서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존재인 인간으로부터 결별하는 모든 초인의 근원적 의구심: “왜 그래야만 하는가?”

스피노자에게 신의 섭리는 금지가 아니다.

“신은 아무 것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신은, 그 열매가 그 자체의 성분 때문에 아담의 신체를 해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아담에게 가르쳐 주었을 뿐이다. 열매는 비소처럼 작용한다. […] 나쁜 것은 중독, 소화불량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심지어 그것은, 개별적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배척이나 알레르기로 볼 수 있다”(Deleuze 31).

신체들의 결합과 해체에 따라 다양해지는 관계 양태들에 대한 다시 한번의 강조: 각각의 신체들은 자기자신에 적합한 다른 신체와 결합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결합하려는 속성을 가지는 부분적 요소들의 결합에 따라, 결합하려는 본성에 따라, 특정한 개체성을 유지하거나 특정한 다른 신체가 구성되는 것이다. 또는 반대로 신체들은 자기자신과 적합하지 않은 다른 신체와 만날 때, 자신의 특정한 개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체될 것이다. 따라서 좋음, 나쁨, 선, 악은 신체들간의 결합하는 관계 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금지된 열매가 아담에게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것이 신의 계율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열매를 섭취함으로써 아담은 더 이상 그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적 요소들(신체들)의 결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며, 더 이상 아담이라는 특정한 개체성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체들이 결합하거나 해체되는 관계 양태에 따라 그것들을 분류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스피노자가 의도 했던 것은 자연 안의 모든 가치로부터 ‘인간적 색채’ 그리고 ‘종교적 심판의 색채’를 제거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지의 의미 조차도 신학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학의 무색무취가 필요하다. 이로써 윤리학은 기하학과 자연학을 견지한 “내재적 존재 양태들의 위상학”에 다름 아니다.

“악이 그 무엇도 아니라면, 그것은 오직 선만이 존재하고 혹은 선만이 존재의 인상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악과 마찬가지로 선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l’Etre)는 선악을 넘어서 있다”(Deleuze 31).

 

참고문헌

Deleuze, Gilles. Spinoza: Practical Philosophy. trans. Robert Hurley. San Francisco, City Lights Books, 1988.
Spinoza, Benedict de. A Spinoza Reader. ed & trans. Edwin Curley. New Jersey, Princeton UP,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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