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진실과 수사

눈치없는 농담은 조롱이나 폭언에 못지 않은 쓰라림을 주기도 한다. 테크닉의 부재가 윤리적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이 때 우리는 진실보다는 레토릭(rhetoric)이 우선한다는 이례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경우 진부한 언변이 부도덕이나 위선보다도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인간이 무엇보다도 도덕성 보다는 사교적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옥의 4중주

지옥의 4중주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Fake)에서는 비참의 제국인 지옥에 거주하면서 니힐리즘의 4중주를 형성하는 네 종류의 비참한 인간이 소개되고 있다. 첫 번째 비참한 인간  ⎯ 거짓을 알면서도 그 거짓조차 구원의 계시라고 믿고 싶어하는 벼랑 끝에 매달린 인간들이다. 이들에게는 믿음 자체가 구원(의 약속)이기 때문에, “진실=믿음”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이들에게 거짓의 폭로는 단지 벼랑을 […]

우정

친구는 눈을 감아주는 사람이다. 그는 결점과 오류들을 이해해 준다. 친구는 내가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나의 실상을 들추어내거나 따져 묻지 않는다. 그는 나를 덮어주고, 망을 보아주고, 곁에서 시름과 고통의 위안이 되어주며,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우정은 사랑처럼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특별한 존재가 […]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

진실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적어도 우리 마음대로, 임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실은 형사가 용의자에게 강요하듯 내던지는 질문 속에도, 고문에 견디지 못해 내뱉는 용의자의 자백 속에도 있지 않다. 진실은 범인이 아니다. 살인범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진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괴상망측한 […]

제보자: 진실의 벡터

흔히 진실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출구라고 믿는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진실을 간절히 원하는 쪽은 강자가 아니라 주로 우리 약자들이다. 그러나 “진실”이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심지어는 반대로 가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진실과 기대가 식별 불가능해지기도 한다는 사실에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진실에도 벡터(vector)가 존재한다. 진실 그 자체가 이미 정치적이고 윤리적이며, 그 주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