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senstein

정동과 시공간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사물을 얼굴화(faceification)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물을 시-공간적 좌표로부터 떼어내어 혹은 추상해서 그 사물이 그동안 취하고 있었던 모든 외면적(다른 사물과의, 공간과의) 관계들 즉 현실성을 지우면, 최후에 남는 내적 관계들(그 자신 안에서의 시간적 변화)의 다양성 그 자체로서의 ‘정동'(affects)이 이미지 위에 현시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기호들의 질서로 보았던 퍼스(C. S. Peirce)는 이것을 기호의  “일자성”(Firstness)이라고 불렀다. 예컨대, […]

표현주의

표현주의

회화에서 “표현주의”(Expressionism)는 “뜨거움” 또는 “강렬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물의 질적 변형이나 용질(溶質)의 추출을 위해서는 용광로와 같은 뜨거운 환경이 필요하다. 창백한 물질의 색에 가까운 초록이 야수적 파토스의 환경이 되거나(H. Martis), 여인의 몽상적인 눈이 급진적인 거부와 물신주의적 환영에 사로잡혀 있거나(G. Klimt), 불안과 절망이 신체 밖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빠져나와 대기 전체에 파동을 일으키거나(E. […]

춤을 추는 파편들

세계가 파편들로 분할되었거나, 최소한 그 파편들의 집합이라는 생각은 최근에 와서야 고안해 낸 지적 발명이다. 예컨대, 유럽에서 헤겔의 시대만 하더라도 세계는 하나의 논리적 질서로 설명이 가능한 부드러운 직물 같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듯이 보이는 변증법도 실은 따지고 보면 클라이막스들로 이루어진 상상적 연쇄의 세계, 즉 아주 부드럽고 연속적인 세계를 전제한다. 현대에 이르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