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fka

채플린과 키튼: 휴머니즘적 도구주의와 무정부주의적 기계주의

채플린의 코미디 ‘소극’(burlesque)은 계열들의 조우와 충돌의 집합이다. 즉 행동의 계열들이 있고 이 계열들 사이에 다른 계열이 삽입되어 질서 전반이 엉켜 버리는 것이다. 여자와 춤을 추다가 다른 여자의 춤으로 끼어든다든가, 길을 지나가다가 앞에서 다가오는 소년과 마주치면서 소년에게 지팡이를 낚인다든가, 국수를 먹다가 리본이 국수에 떨어져 자신도 모르게 그 리본을 먹는다든가, 세수를 하다가 […]

법 안/밖에서

법은 인간에 대한 불신에 기반을 둔다. 법은 인간을 의심하고, 가두고, 추궁하고, 처벌하고, 때에 따라서는 죄를 생산하는 기계 장치다. 죄와 처벌의 뒤집어진 관계를 잘 보여주는 카프카의 소설들을 보면, 법이란 죄를 짓고 처벌을 받을 때에만 그것의 구체적인 존재와 내용을 알게 되는 무엇이다. 법 안에서 우리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다기 보다는 […]

비유 4

비유 4

교양을 갖춘 문화적 주체 즉 평균인의 관점에서 보면 비유는 반복적인 패턴과 지루한 코드들로 이루어진 옹알이처럼 들릴 것이다. 이것은 비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비유는 생포된 이미지이다. 따라서 비유에는 소유가 없고 귀속도 없다. 그러나 비유에 포착된 것은 완전한 전체가 아니라 부서진 몸짓에 불과하다. 비유는 숨어서 작은 구멍을 통해 엿보거나, […]

타인과 도시

싸르트르(Jean-Paul Sartre)의 희곡 『닫힌 문』(Huis Clos)에 등장하는 가르생(Garcin)은 이렇게 말한다: “지옥, 그것은 바로 타자이다!” 글쎄ㅡ지옥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트레스인 것만은 사실이다. 옆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숨을 쉬고 있는것 만으로도 타인은 나를 가두는 벽이되고 내 존재를 규정하는 감옥이 된다. 베켓(Samuel Beckett)의 작품들은 이들 벽과 감옥으로부터, 심지어 말 자체에 내재한 타자성으로부터의 탈주선을 그린다. 마치 창살 […]

요제피네의 휘파람

카프카(Franz Kafka)가 여가수 요제피네(Josephine)의 예술을 해설하면서 예를 들었던 호두까기에 관한 사례처럼, 아무리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쉬운 일이라 해도, 그것이 반복되고, 지시되고, 의식적으로 관철되고, 누군가가 주목을 하면 어떤 예술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은 정신에 속한 문제이며, 덧없는 사건으로서의 삶보다 우월하다. 나아가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술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감탄하지 […]

세이렌

세이렌

따지고 보면 예술의 기능을 그 본질과 동일한 위상에 놓았던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한 희랍신화를 새로 번역하는 가운데 예술의 기능에 대한 그의 심중을 드러낸다. 오디세우스(Odysseus)와 세이렌(Siren)의 한판 대결에 관한 그의 코멘트(혹은 의문)가 그것이다. 의문의 요점은 이러하다: 오디세우스는 거짓말쟁이가 아닐까? 세이렌이 그 매혹적인 노래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가 그 유혹을 이겨냈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