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4중주

지옥의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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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Fake)에서는 비참의 제국인 지옥에 거주하면서 니힐리즘의 4중주를 형성하는 네 종류의 비참한 인간이 소개되고 있다.

첫 번째 비참한 인간  ⎯ 거짓을 알면서도 그 거짓조차 구원의 계시라고 믿고 싶어하는 벼랑 끝에 매달린 인간들이다. 이들에게는 믿음 자체가 구원(의 약속)이기 때문에, “진실=믿음”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이들에게 거짓의 폭로는 단지 벼랑을 뒤흔드는 행위일 뿐이다. 그렇게 해서 진실은 외면 당하고 거짓은 묵인된다.

두 번째 비참한 인간 ⎯ 거짓말로 타인을 물어 죽이고, 벼랑 끝에 매달린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흡혈귀 인간이 있다. 그는 모든 것이(자신의 말조차) 거짓이라고 믿는다. 그의 유일한 믿음은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그에게 있어 진실이란 거짓의 구실이며 제물일 뿐이다. 결국 자신의 거울 같은 반테제이자 이란성 쌍둥이 짝인 “진실된 거짓” 혹은 “거짓된 진실”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세 번째 비참한 인간 ⎯ 자신의 거짓말을 누구보다도 철저히 믿으며 그 거짓말로 타인을 구원하고자 하는 분열적이고 아이러니한 인간이 있다. 그는 거짓말의 원천의 하나이지만 동시에 그 거짓이 진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믿는, 진실(된 거짓)의 신봉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벼랑 끝에 매달린 인간들보다도 더 가련하다. 그에게 거짓이란 진실의 구실이며 수단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는 흡혈귀와는 정 반대에 서 있지만, 그럼에도 이 둘은 서로 연대하고 꼬여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그는 거짓말로 쓴 편지를 구원의 수단으로 삼고, 진실과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순진한 주민을 사주하여 집사를 살해하게 된다. 거짓말로 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가 설파했던 구원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네 번째 비참한 인간 ⎯ 거짓을 폭로하고 진실을 증명하려 하지만 정작 거짓의 지반 위에 있는 자신의 진실은 보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는 악인이 아니라 단지 악의 희생자일 뿐이며, 또 다른 의미에서 벼랑 끝에 매달린 인간이다. 결국 그가 원했던 것처럼 거짓은 드러났지만, 진실이 현현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새로운 삶으로의 열림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주었던 것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목사의 조작된 편지)이었지만,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그는 다시 거짓을 지반으로 하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간다.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주장이 맞았다고 자랑스럽게 외치지만, 딸은 이미 죽어 있고, 증오에 가득찬 부인과 함께 삶은 또 다시 반복된다.

지옥의 4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