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선

침묵의 시선

영화의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영화에서 이 두 개의 시선은 서로 번갈아 교체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사이좋게 서로를 북돋우며 지내기도 한다. 어쨌든 둘은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자연에 대한 시선과 인간에 대한 시선이 무관해 보인다. 두 시선은 마치 자석의 동일극처럼 서로를 밀어낸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긴 “침묵의 시선”은 “관조”도 아니고 “기다림”도 아니고, 단지 앞에 보이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외면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안간힘을 쓰는 반자연적이고 반인간적인 시선처럼 보인다. 악인이든 그 피해자든 인간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보여준 영화이다.

화해를 원하는 쪽은 언제나 피해자라는 사실은 기이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을 무참하게 찔러 죽인 원수와 말이라도 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간다. 원수는 지난일을 들추어 뭐하냐며 발뺌을 한다. 주인공은 원수의 딸에게 아버지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말해준다.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던 딸은 자기는 그 사실을 몰랐다며, 마치 발을 밟아 미안하다고 사과하듯이, 앞으로 잘 지내자고 말한다. 그 말을 사과로 받아들이고 싶었는지, 주인공은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벌떡 일어나 다가가 그녀를 덥썩 포옹한다.

침묵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