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두 수준

기억의 두 수준

베르그송에 따르면 기억은 두 경향성으로 나뉜다. 즉 기억의 관점에서 나누어지는 시간의 두 수준이 존재한다. 하나는 현재 쪽으로 또는 가까운 미래 쪽으로 달려가는 경향이다. 이것은 생명체가 살기 위해 임박한 필요에 부응하는 것으로, 현재의 지각 대상을 신속히 인지하고 식별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베르그송이 “운동-기억”(mémoire motrice)이라고 불렀던(Bergson, Matière et Mémoire, 106) 이 능력은 습관과 반복에 의해 형성되는데, 예컨대 이 기억이 없다면 염소는 자신이 먹을 풀밭이나 자신의 천적을 식별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감각-운동의 견지에서 행동주의적으로 해석한 이 기억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현재적 요구에 적합한 능력이다. 반면에 현재적 지각을 해석하기 위해 과거의 실재를 이미지의 형태로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이것은 운동-기억의 행동주의적이고 습관적인 경향성과는 반대로 사물의 표상과 관련이 있는 기억이다. 베르그송은 이를 “이미지-기억”(souvenir-image)이라고 불렀다.(Bergson, Matière et Mémoire, 106) 이미지-기억은 운동-기억과 달리 신체로부터 채택된 태도와 반응에서 나오는 의식이 아니라, 현재적 지각을 ‘해석’하기 위해 그것과 유사한 과거의 이미지를 찾아내고 상상하는 의식이다. 운동-기억이 전진하는 기억이라면, 이미지-기억은 뒤로 향하는 기억이다. 아울러 그것은 지각과 유사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모방운동”(mouvements d’imitation)에 기반을 둔다.(Bergson, Matière et Mémoire, 127) 베르그송에 따르면 기억은 관념 연상론자들이 주장했던 약화된 지각―고통의 지각이 약해지면 기억으로 남는다는 식의―이 아니다. 기억은 우선 비결정적이고 잠재적인 순수과거 또는 과거일반으로 내려가 현재의 지각을 해석하기에 적합한 과거를 모방운동을 통해 이미지로 길어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를 맞추듯이, 기억은 결정되지 않은 희미한 전체(과거일반)로 뛰어들어 회전이나 선택 같은 수축운동을 통해 구체적인 윤곽선을 가지는 이미지들로 현실화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미지-기억은 실용주의나 현실주의에 따르기 위해 필요한 것 외에는 배척하는 운동-기억 방식과는 달리 가능한한 실재 전체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베르그송은 이미지-기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를 이미지의 형태로 떠올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동으로부터 후퇴하여 초연해질 수 있어야 하고, 당장에 필요한 것이 아닐지라도 무용한 것에도 가치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하고, 꿈꾸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Bergson, Matière et Mémoire, 101-102) 이미지-기억은 실재를 꿈과 뒤섞고 삶의 실용적 성격을 변질시킨다. 만일에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되어 거대한 무의식적 어둠의 지대로 물러나 있던 과거가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외적 자극과 운동적 반응 사이에서 유지하는 균형의 교란’에 의해, 혹은 신체의 주변부로부터 나와서 중추신경을 통해 다시 주변으로 가는 신경섬유들의 긴장이 완화되었을 때, 이미지-기억은 곧바로 밝은 곳으로, 의식의 표면 위로 뚫고 나온다. 꿈의 이미지들은 바로 이러한 조건들의 극단적 예일 것이다.

이 두 수준의 기억은 한 편으로는 본능으로 흐르는 경향성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성으로 흐르는 경향성이다.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와 문화는 전적으로 후자쪽으로 기울어지지는 못하더라도(전자쪽을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스스로 균형은 잡을 줄 알아야 하며, 최소한 전자쪽으로 기울어지는 비참한 일은 막아야 한다.

인용문헌
Bergson, Henri. Matière et mémoire. Paris: Félix Alcan, 1929 (26e é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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