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르 사 비

비브르 사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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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Émile Zola)의 자연주의적 혹은 근원적 세계의 시간과는 달리, 위대한 고다르(Jean Luc Godard)는 Vivre Sa Vie(1962)에서 사회적 시간을 묘사한다. 나나는 자신 안에 내재한 곰팡이의 배아와도 같은 기질로 인해 주변을 썩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녀 자신이 사회적 곰팡이로 인해 감염되어 썩어간다. Vivre Sa Vie에서의 시간이란 다름 아닌 그러한 감염의 흔적들이 점점 깊어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의 목도이다. 나나는 매춘부가 되어 포주 라울에게 매춘부 교육을 받는다. 매춘 사회학과도 같은 대화 내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나나의 조직적이고도 기업적인 영업활동이 짧은 장면들로 스쳐 지나간다. 이어지는 장면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아주 엄격한 통제하에 매춘부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타락을 한 것이 아니라 취직을 한 것이고, 직업인으로서 합당하고도 효율적인 규율 하에서 노동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매춘은 비윤리적이고 더러운 것이 아니며, 공장의 제품 생산 공정이나 기업의 마케팅 과정처럼 대단히 일상화되고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는 직업으로 묘사된다. 방세조차 지불할 수 없어 좀도둑질을 하던 레코드 점원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물적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은 무엇이 진짜 사회 악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 이 마당에, 단지 그것이 개인적인 것과 조직적인 것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 방식과 강도가 조금 다를 뿐 그녀가 노동과 규율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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