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날들

햇빛 쏟아지던 날들

어느 곳에 가든지 특유한 바람이 분다. 이곳과 저곳이 다르지 않은 하나의 바람, 모두의 바람일텐데, 그 곳에서만 맞을 수 있는 아주 특유한 바람 말이다. 그곳의 어느 누구도 그 바람은 피할 수가 없다. 숨을 쉬기 위해, 말을 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그들은 그 하나의 바람을 마치 꿈처럼 품어야만 한다.  간혹 바람은 너무나 가혹하고 무자비해서, 사람들은 그 바람을 맞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방안으로, 지하실로, 모퉁이로 기어들어, 마치 한 번도 숨을 쉬어본 적이 없었던 유충처럼, 웅크리고 앉아 물체가 되어간다. 어둠이 내리고나서야 시린 눈을 씻을 수 있고, 그제서야 사물들이 제대로 보이면, 마음을 놓고 잠을 청할 것이다. 그 바람은 어떤 인물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들의 숨소리로 퍼지기도 하며, 때로는 옷깃 속에서 슬며시 새어나오기도 한다. 그들이 결국 나중에서야 그 바람이 자신의 품 속에서 풍겨나오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나면, 물체가 되어 숨어있던 곳으로부터 다시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어둠의 막 앞에 서 있을 때에만 비로소 시리지 않던 자신들의 뜨거운 욕망으로. 눈이 부셔 그 무엇도 볼 수 없을 햇빛 속으로.

햇빛 쏟아지던 날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