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법

글을 잘 쓰는 법

유명한 소설가로부터 전해들은 비법 한 가지 소개하겠다. 아는 사람들은 잘 알 테지만, 그래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비법이다. 그 비법은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작가나,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선택해서, 하루에 일정 량을 정해 놓고 그 책을 베낀다. 타자기로 치지 말고, 직접 손으로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옮겨 적는 것이다. 그렇게 베끼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기냐면, 작가의 글과 생각과 느낌을 자신도 모르게 곱씹어 보고, 그렇게 곱씹다 보면 작가가 글을 쓰면서 찾아 헤매던 험한 길을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것과 비견할 만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흉내도 내보고, 말도 걸어보고, 간혹 그를 제치고 앞서가기도 한다.

작가들은 전에 경험했던 일이나, 읽었던 글이나,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해서 다시 되돌아가 곱씹는 사람들이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수학문제 풀듯이, 했던 것을 또 풀고 또 풀고 또 풀고, …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듯이, 작가들은 경험을 되풀이하고, 다시 돌아가 음미하고, 처음이라서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던 그 경험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것으로 되새긴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노하우는, 바람직한 관계와 보다 쉬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삶의 지도 같은 것을 제시해주는 자료가 된다.

자유로워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그래서 귀찮고, 번거롭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마치 깊고 깊은 산 중에서 길을 찾는 것과도 같다. 깊은 골짜기, 비좁은 샛길, 울창한 나무들, 빼곡한 바위들, 듬성 듬성 파헤쳐진 구덩이들, …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은 길을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진행을 방해한다. 나약한 우린 곧 좌절한다. 작가는 길을 찾아 그 복잡한 방해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쳐가며, 풀어가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지도를 찾아 더 넓은 광장으로 가기 위해.

독서라는 것은 바로 그와의 동행이다. 동행이 쉬운 작가도 있고, 동행이 까다로운 작가도 있다. 또 친절하게 배려를 해주는 작가도 있고, 따라 오든 말든 앞으로 자신의 갈 길만 가는 작가도 있다. 그가 험하고 깊은 굴곡의 길을 가면 갈 수록 우리는 따라가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고 나와, 그를 불평하거나 비난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험한 길일 수록,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길일 수록, 더 깊고 더 깊은 길을 따라 갈 수록, 광장은 넓어지고, 휴식은 영원해지고, 자유는 더 커지고, 기쁨은 배가 된다. 복잡한 길이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 머리에, 혹은 산 중턱에 주저 앉아 쉬고 싶어 하지만, 실은 비좁은 샛길에서 빽빽한 돌멩이들을 피해, 다리를 오므리고, 몸을 움츠리고 앉아, 불편하게 견디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한탄하고, 원한을 갖는다.

그러지 않으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반드시 책을 읽으라는 말이 아니다. 책이 아니어도, 글자가 아니어도, 독서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가를 따라 베껴야 한다. 빠르고 날렵하게 달리고 있는 그를 따라, 그의 지팡이를 잡고, 그가 가는 발길을 한 발자국씩 따라가 봄으로써, 그와 비슷한 정도의 깊이와 폭의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몇 차례 동행을 하고 나면,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이 길이 적당한 길인지, 그렇지 않은지, 너무 얕은 길은 아닌지, 너무 엉성해서 혹시 빠질 수도 있는 함정은 아닌지, 가지 말아야 할 길은 아닌지, …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들에 대한 식견과 통찰, 즉 노하우가 자신도 모르게 생기게 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p.s. 물론, 성공했다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은 없다. 십년째 베끼기만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있지만… .

글을 잘 쓰는 법